[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시작해보자. 토마스 프리드먼의 이 책은 한마디로 대표적인 세계화 숭배 서적으로 한 때 경영학과의 필독서이기도 했다. 현재 베스트 셀러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세계화의 재정립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요즘 엄청난 비판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이 의미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당대 필자와 같은 일반인들이 세계화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지속 가능한"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할 수 있었으며, 작은 나라 태국의 바트화 몰락이 세계를 돌고 돌아 미국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IMF 시절의 생생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치수가 하나인 황금구속옷(세계화라는 틀에 대한 프리드먼의 비유)을 입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경한 주장은 당대의 (똑똑한) 대학생들조차 갸우뚱거렸지만, 많은 이들의 시야를 한 차원 높혀주었던 책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이 책에서는 세상을 보는 정보 중개의 6개의 차원(Information Arbitrage)이 등장한다. 정치, 문화, 국가 안보, 금융, 기술, 환경이라는 분야의 시선을 골고루 거쳐야만 세상에 흐르는 정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제시한 말이다 .

 오늘의 주인공인 [르몽드 세계사] 또한 세상을 보는 시선을 제공한다. 단,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처럼 강한 요구 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시선이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함은 일단 제외하더라도, 시각적인 효과가 더해진 생생한 해설에 책 읽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세계사라는 제목에 이집트 시대나 로마 시대를 연상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그러한 세계사에 대한 책이 아니다. 국제 관계 전문 잡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끄에서 편찬한 만큼, 내용도 세계사 보다는 근현대의 국제적인 역학 관계에 대한 것이 많다. 그리고 이들은 6개의 시선(어쩌면 더 많은 시선)을 유지하는데 좋은 발판이 된다.

 이 책을 보고 나면 다채로운 세계지도만 기억에 남는게 아니라, 많은 의미의 사건들이 그 지도의 구석구석에 담겨 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 흐름이 어느 시대 보다도 생생하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보다 세련된 정보 중개임에는 틀림없다.

 지도가 담고 있어야 하는 근본적 가치, 세계사가 우리에게 주어야하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르몽드 세계사]의 견해는, 책의 첫머리에 인용한 재미있는 중국 속담에서 엿볼 수 있다.

신이 고양이를 만든 이유는 인간이 호랑이를 쓰다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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