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 놓인 책들을 우연히 보았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쌓여가는 책이 가끔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요즘은 사실 책모으기가 내 취미였노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올해도 많은 책이 읽지 않은 채 그대로 쌓였다. 그 중에는 DOORTTS 님이 사 준 [프로그래밍 심리학]도,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도 있다(미.. 미안). 다 읽기 곤란할 정도를 넘어 이미 보관이 힘든 수준인데 도대체 읽지 않은 책들은 해가 지날 수록 늘어만 간다.

 이럴 때 마다, [Black Swan]이라는 책에 나오는 나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고마운 이야기가 있는데, 내용은 대강 다음과 같다.

 움베르트 에코는 3만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그 책 중 몇 권이나 읽으셨나요?" 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 서재가 자기 자랑을 위한 공간이 아닌 research tool일 뿐이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질문이라고 에코는 꼬집는다. 그렇다. 모르는 것을 쌓아놓는 공간, 그곳이 서재이고 지식이 쌓여갈 수록 모르는 것은 늘게 마련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Black Swan에서는 움베르트 에코의 서재를 anti-library(反서재라고 번역했음)라 하였는데, 의미가 마음에 와 닿았다. 반-서재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다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서재의 의미에 반대에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살짝 표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反서재 서재
대상 모르는 것 알고 있다고 자랑하고픈 것
활용 모르는 것에 대한 연구 자기 자랑(ego-boosting)

  즉, 아는 것을 쌓아놓고 자랑하기 위한 장소가 아닌, 모르는 것이 쌓여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연구 공간이 서재인 것이다. 오호! 그러니까 내가 게으른 것이 아니라 내 책장이 반서재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구나. 내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아니라...( 역시 좀 공허하다 OTL )

  • 매우 부끄럽게 인용한 책 -_-;

그림의 출처는 모두 알라딘(http://www.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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